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4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마이뉴스 2005-08-01 15:28][오마이뉴스 김형순 기자]


▲ 조합하여 만든 전미영 이야기(my story)展 포스터

ⓒ2005 전미영

고통은 작가의 영약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판화 속 주인공의 눈빛이 낯설고 섬뜩하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모습을 꽤나 닮았기 때문이다. 광대뼈는 울퉁불퉁 뛰어나오고 꽉 다문 입술은 두텁고 주름도 많이 패여 있다. 귀가 없음은 역으로 외로움은 물론 처연함까지도 다 들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작가는 왜 이런 캐릭터를 구상했을까 궁금해진다. 작가 후기를 읽어 보면 외면할 수 없는 삶의 고단함과 힘겨움을 숨김없이 그렸기 때문이란다. 미련할 정도로 수없이 반복하는 줄긋기로 어떤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줄긋기 작업 끝에 개운한 뒷맛을 보는 모양이다.

이 전시회에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판화 속 주인공이 여자인가 남자인가 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확인한 바로는 남성적 이미지와 여성적 이미지를 통합한 것이란다. 작가에겐 인간이 중요하지 성별은 개의치 않는 듯이 보였다. 하긴 요즘 여성다움이니 남성다움이니 하는 경계가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 <내가 나를> 볼펜과 혼합재료 290×224cm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
ⓒ2005 김형순

미셸 푸코 연구자로 유명한 미국의 페미니스트인 주디스 버틀러(J. Butler)는 과거에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성적 정체성의 허구를 허물면서 생물학적 몸으로서의 섹스와 문화적 생산물로서의 젠더의 경계 구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긋기로 신화를 창조하고

그러나 작가는 자전적 신화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갈증과 목마름이 있음을 고백한다. '함께 하고 싶다' '품고 싶다' '다가가고 싶다' 판화 제목에서 보듯 그림의 주인공은 인간으로서 피부 접촉 결핍증과 대화 결핍증을 보이고 있다. 이런 증세는 우울증과 정신신경증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 요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래바다와 같은 세상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가족간 유대는 깨어지고 모든 가족이 같이 식사하는 경우는 자꾸 희박해진다. 각자 방에서 흩어져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 집안에서도 요즘 많이 쓰는 유목민 신세가 될 형편이다!



그러나 작가에게는 이런 고독도 외로움도 좋은 약이 되고 때로 차선의 친구가 되는가 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점이 작가의 미덕인 승화의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싶다.

작가도 자전적 신화 창조 작업에 돌입할 때 현대인들이 맛보는 쓴맛과 단맛 즉 풍요 속에 빈곤을 경험하고 있음을 가감 없이 털어 놓는다. 창작 과정에서 맛 볼 수밖에 없는 갖가지 쓴맛까지도 판화에 고스란히 재현한다.

희망의 솟대 같은 볼펜

작가와 보통 사람이 구별되는 것은 볼펜 하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불펜은 하찮고 빈약한 물질일 수 있지만 작가에게 있어서는 보물처럼 소중한 물건이다. 작가는 이것으로 목판에 자전적 신화와 희망의 닻을 올리기 때문이다. 마치 요리사나 의사에게 칼이 소중한 도구인 듯 말이다.

작가는 유난히 소리에 예민하다. 자전적 신화 주인공 얼굴에 귀가 없는 것은 이를 암시한다. 작가는 볼펜이 판화 위로 스쳐가는 소리에서도 열락을 맛보며 감정이 격앙되고 몸과 마음이 설렌다고 작가 수첩에서 기록하고 있다. 또 이번 전시회에 배경 음악 없이는 그림의 소통이 힘듦을 귀띔해 준다.


▲ 전시장 한가운데 천연 섬유에 찍은 다양한 판화들
ⓒ2005 김형순

수행의 길 노동의 길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이 작가가 들이는 시간은 엄청나 보인다. 선긋기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무상 행위는 작가에게는 수행의 길 노동의 길과 같다. 다시 말해 작가의 존재 양식이고 삶의 표현 방식이다. 신성불가침한 절대적인 시간이자 공간이다.


▲ 작가 전미영씨. 작가는 작품의 모델이 자신임을 알려준다
ⓒ2005 김형순

이 작가가 관객들의 눈길을 자꾸 끌게 하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간의 경계가 애매하고 회화적인 것과 회화적이지 않은 것과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 간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삶과 미학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유도하고 자신의 신화 창조의 정당성을 획득하려 하는지 모른다.

작가도 언급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자전적 신화 작업은 의식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인 것에 가깝다. 이는 프로이트가 창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의식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에 수긍하고 있는 것 같다.

물밑 작업 같은 무의식적 신화 창조 작업 그것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릴 때 작가는 엄청난 힘과 열정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게다가 작가의 양성애적 욕망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일종의 결핍증인 우울증과 신경 정신증을 양산한다.

자신을 정직하게 보며

그러나 작가는 늘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보려고 애쓴다. "그림 작업을 통해서 나는 진정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작가 수첩에서 말하고 있다. 그럴 때 작가는 순수한 자아로 돌아가게 되고 행복한 자신을 되찾게 된다고 고백한다. 자전적 신화 작업과 자아 성찰이 만나 새로운 열매를 맺는 순간인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모델로 판화 속 주인공을 그려나가다가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을 감지할 때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자기의 모습에서 또 다른 표정과 눈빛의 자전적 신화의 분신이 태어날 때 작가는 경이와 놀라움 그리고 작가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맛보는 모양이다."
?

자유게시판

서울일러스트학원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동영상기초강의 1탄|바위질감표현|수채화일러스트|수채화기법 1 file 관리자 2019.10.14 476
공지 #일러스트페어후기 서울일러스트학원 작가님도 참여했어요~ 4 file 관리자 2019.08.06 747
공지 #예술의전당 드림위드앙상블 정기연주회 file 관리자 2019.07.22 303
공지 #인사동 재료탐방 (feat:지금 서일은 실무준비중) 2 file 관리자 2019.07.16 343
공지 #2019 서울일러스트 원주 뮤지엄산 워크숍 후기 file 관리자 2019.07.12 312
311 페이퍼 일러스트란 - 유은제 원장님 file 관리자 2016.12.09 1862
310 팔순 노모 울린 효심의 그림책 아카데미 2007.05.02 2619
» 판화 속 주인공이 남자야 여자야 아카데미 2005.08.02 2402
308 파주북시티 페스티벌 2006 아카데미 2006.10.24 2360
307 키아로스타미 국내사진전 아카데미 2005.08.29 2242
306 칼테콧을 수상하는 그 날까지 전 낙 2004.10.15 3236
305 출판인을 위한 2015 파주출판도시 동아시아 어린이책 심포지엄 및 저작권 교류 안내 4 관리자 2015.04.17 1869
304 출판인,일러스트레이터를위한 2015 동아시아 어린이책 심포지엄 안내 1 관리자 2015.04.23 1764
303 출판도 블로그 시대 아카데미 2006.02.03 2099
302 출판가에도 럭셔리 바람 아카데미 2006.11.23 1920
301 출판 동화일러스트 시장은 전 낙 2004.10.25 3481
300 춘천 남이섬 ‘세계 책나라 축제’ 개막 아카데미 2007.04.13 2627
299 책 삽화가 내 사진 그대로 베꼈다 판매금지 신청 아카데미 2006.11.08 3210
298 책 밖으로 가출한 일러스트레이션 아카데미 2007.08.14 1968
297 창작 동화 `블록버스터 시대` 쓴다 아카데미 2007.06.19 1988
296 창의력동화하시는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1 가만희 2015.02.13 1417
295 창의력 동화 완료하셔서 촬영만 하면 되시는 분들 봐주세요~~~ 2 관리자 2015.03.20 1321
294 진실한 사랑의 위대한 힘 강조한 음악동화 아카데미 2008.05.27 1822
293 즐거운 전시회 속으로 고고! 아카데미 2006.03.27 1933
292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미술작품 20선 아카데미 2006.11.01 356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