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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보다 즐거운 출판사 탐험




출판사에서 놀기

2007.11.01 / 이수빈

이 공간들은 단순한 독자와의 만남 그 이상을 이루려는 의지의 공간이다. 책은 꼭 서점에서 사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버린다면 출판사를 찾아가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한꺼번에 훑어보는 만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약속 없는 휴일 가을바람에 뒹구는 낙엽처럼 마음이 횡횡하다. 마음 다독여줄 책 한 권 장만하려는 기특한 생각으로 너른 서점을 찾았건만 이게 웬일인가. 여유 부리며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호사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판이다. 가족이며 연인 친구들끼리 서점 구획마다 꽉 차 있고 음악소리 들릴 길 없이 수다소리 창창한 것이 시장통이 따로 없다. 다행히 갈 곳 잃은 당신을 인도할 새로운 책 공간이 있다. 심상치 않은 외관에 얌전한 음악이 흐르고 원목의자가 자리 잡은 이곳은 출판사다. B사감풍의 안경을 쓴 편집장의 까탈과 켜켜이 책 재어둔 풍경이 전부인 줄 알았던 출판사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유명 건축가의 도움을 얻어 미끈해진 건물은 도시와 어우러져 조형미를 드러냈고 알찬 내부 공간 활용으로 독자들을 불러들인다. 이색 출판사들을 탐방하는 건 서점 나들이와 책읽기의 관습을 벗어난 별다른 재밋거리다.

근래 미학적인 건물을 가진 출판사가 증가했다. 아무래도 출판사들이 2006년 출판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파주출판도시로 입주하면서부터다. 일정 건축지침을 따르는 한에서 출판사들은 제각각 특징에 맞는 재미있는 건물들로 단장했다. 재고 서적 A4 용지 온갖 제본들만 넘쳐나는 곳인 줄 알았더니 아름다운 출판사들이 꽤 여럿이다. 그중 목재의 정갈하고 온기 어린 외양을 뽐내는 '들녘' 출판사 건물은 건축과 땅의 관습적인 개념 자체를 뒤흔들었다. 벽과 바닥의 구분을 없애고 판을 접어 올려 경계가 모호한 이 건축물은 <퇴마록> 발행 이후 판타지소설 분야에서 한 줄 굵게 각인된 '들녁'의 과거사처럼 판타스틱한 모습이다.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알레한드로 자이라 폴로와 국내 건축가 김영준이 공동 작업한 공간으로 영국건축가협회에서 전세계 건축물 10곳을 선정하는 2006 RIBA국제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불규칙한 콘크리트의 거칠지만 매력적인 외관으로 2006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열린책들'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가는 이의 발길을 사로잡는 '보림출판사' 거대한 네 권의 책을 세워 놓은 모양의 '한길사'까지 출판사들의 단장에 눈이 즐겁다.



미려하게 변신한 출판사 건물들은 단순하게는 아름다워진 외양으로 도시 미관을 꾸미지만 깊게는 나름의 뜻을 품고 있다. 출판사 건물 자체가 각 출판사의 정신을 담아 하나의 거울로 기능하는 것이다. '한길사' 사옥이 동판으로 만들어진 것도 30년 넘게 시대를 반영하며 다져온 '한길사'의 역사를 시간이나 날씨에 따라 다른 색깔로 빛나는 동판의 성질에 빗댄 것이다. 도시의 건축을 가리켜 '시대의 거울'이라 한다면 이제 출판사 건물은 책의 정신이 깃든 출판 역사의 거울이다.

늘 그렇듯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외양에 힘을 주기 시작한 출판사 내부에서는 좀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출판사는 책을 찍어내는 역할을 했고 책과 독자의 만남은 서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요즘은 독자와 더 가까워지기를 원한 출판사들이 만남의 장소를 아예 출판사 건물 안에 마련하고 있다. 북카페와 북아웃렛 헌책방 그리고 전시실이다. '열화당'은 사옥의 1 2층에 북카페 '향기있는 책방'과 헌책방 '도서관 같은 고서점' 갤러리 '로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술 전문 출판사라는 타이틀에 맞게 꽤 감각적인 공간들이다. 예술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는 북카페에서는 무료로 커피가 제공되고 데이빗 킷의 나른한 음악이 흐른다. 1970년대 이전의 책들만 모아둔 헌책방은 주로 출판의 역사에 관심 있는 편집자들이나 저자들이 찾는 곳이며 작고 단아한 갤러리에서는 책과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전시가 열린다.



'여원미디어' 사옥 내에 있는 '탄탄스토리하우스'는 오로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그림동화 전문 출판사답게 공연장과 전시실 북카페 곳곳에 귀여운 그림과 출간된 동화책의 원화가 장식돼 있고 하루 4~5차례씩 아이들이 견학 오기도 한다. '김영사' 2층에 자리 잡은 북아웃렛 '행복한 마음'에서는 출간된 지 1년 이상 된 책을 30~80%까지 할인 판매한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독자와의 만남 그 이상을 이루려는 의지의 공간이다. 책은 꼭 서점에서 사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버린다면 출판사를 찾아가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한꺼번에 훑어보는 만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을날 퍽퍽해진 마음 달랠 요량이라면 이제 서점 아닌 출판사 나들이를 떠올려보라. 오랜만에 느끼는 한적함에 빠져 북카페에서 하루 종일 진을 치거나 북아웃렛에서 10권쯤 덥석 집어오게 될지도 모른다.

사진 김진희


기사원문: FILM 2.0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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